영화 《에이리언 3(ALIEN³, 1992)》 : 종말적 서사를 가미한 SF 호러
1. 작품 개요 및 제작 배경
《에이리언 3(ALIEN³, 1992)》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에이리언 2의 직후 이야기를 담은 1992년작 SF 공포 영화로,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전편에서 리플리, 뉴트, 힉스, 비숍이 술라코 호의 탈출선을 타고 떠난 직후, 탈출선에는 알 하나가 숨어 들어왔고, 화재로 인해 탈출 캡슐이 비상 이륙한다. 캡슐은 유죄 판결을 받은 남성 죄수들이 수용된 교도소형 행성 ‘피오리나 161’에 추락한다. 캡슐에서 생존자는 리플리 단 한 명이며, 외계 생명체 얼굴허거도 함께 도착한 것으로 드러난다.
영화 제작은 시작부터 큰 혼란에 휩싸였다. 여러 감독과 시나리오 작가들이 교체되었고, 일정과 스튜디오 간섭으로 인해 핀처가 본격적으로 참여하기 전까지 완성된 대본도 없었다. 빈센트 워드와 윌리엄 깁슨 등 다수의 작가들이 참여했지만, 결국 핀처가 완성한 작품의 연출 완성도는 스튜디오 압력에 의해 훼손되었다고 전해진다.
2. 줄거리 요약
1) 페이스허거의 침입과 탈출 포드 추락
LV-426 행성을 탈출한 직후, 식민지 해병 우주선 설라코(Sulaco) 안에 몰래 숨어든 에일리언 알이 부화하면서 페이스허거(facehugger)가 나타난다. 화재가 발생하고, 우주선의 컴퓨터는 엘렌 리플리, 뉴트, 힉스, 손상된 안드로이드 비숍이 탑승한 탈출 포드를 발사한다. 이들은 모두 냉동수면 상태에 있다. 탈출 포드는 피오리나 “퓨리” 161 행성에 추락한다. 이곳은 주조공장 겸 최고 보안 교도소로, 반사회적 성향의 남성 죄수들이 수감되어 있다. 죄수들은 추락한 포드와 그 안의 인물들을 회수한다. 한편, 페이스허거는 죄수 토머스 머피의 개 스파이크에게 접근한다.
2) 리플리의 생존과 새로운 에일리언의 탄생
리플리는 교도소의 수석 의료 담당관인 클레멘스에 의해 깨어나고, 자신이 유일한 생존자라는 사실을 듣는다. 교도소장 해럴드 앤드류스는 그녀의 존재가 교도소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한다. 리플리는 뉴트가 에이리언 배아를 품고 있을 가능성을 우려해 클레멘스에게 부검을 요구하고, 뉴트와 힉스의 시신을 소각해줄 것을 요청한다. 교도소장과 그의 조수 에런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부검이 시행되며, 배아는 발견되지 않는다. 장례식이 진행되고, 영적 지도자 딜런이 추모사를 전한 뒤 시신들은 화로 속으로 떨어진다. 한편, 교도소 내에서는 스파이크의 몸에서 네 발 달린 에이리언이 튀어나온다.
3) 리플리의 위기와 비숍의 증언
리플리는 교도소 쓰레기 더미에서 손상된 비숍을 발견하지만, 곧 네 명의 죄수에게 둘러싸여 성폭행당할 뻔한다. 딜런이 그녀를 구하고, 리플리는 다시 의무실로 돌아가 비숍을 재가동시킨다. 비숍은 마지막으로 영구 종료되기 전, 페이스허거가 함께 교도소로 왔으며 웨이랜드-유타니(Weyland-Yutani)사가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말한다. 에이리언은 성체로 성장하며 머피, 보그스, 레인스를 차례로 살해한다. 이 충격으로 인해 추방된 죄수 골릭은 과거의 정신병적 상태로 회귀한다. 리플리는 앤드류스에게 자신의 에이리언과의 과거 경험을 설명하고, 모두가 협력해 그것을 사냥하고 죽이자고 제안한다. 하지만 교도소에는 무기가 없으며, 유일한 희망은 웨이랜드-유타니가 리플리를 위해 보내는 구조선이다.
4) 에이리언의 습격과 협력 제안
에이리언은 의무실에서 리플리와 클레멘스를 습격해 클레멘스를 죽이고, 리플리를 궁지에 몰아넣는다. 그러나 리플리는 살해하지 않고 떠난다. 리플리는 식당으로 달려가 다른 이들에게 경고한다. 앤드류스는 에런에게 리플리를 의무실로 데려가라고 명령하지만, 자신은 에이리언에게 통풍구로 끌려가 살해된다. 리플리는 죄수들을 모아 독성 폐기물을 통풍구에 붓고 점화해 에이리언을 몰아내자는 계획을 제안한다. 그러나 에이리언의 방해로 조기 폭발이 일어나고 다수의 죄수가 사망한다. 에런의 도움으로 리플리는 탈출 포드의 의료 장비를 사용해 스캔을 하고, 자신 안에 에이리언 여왕의 배아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이로 인해 그녀는 웨이랜드-유타니가 자신의 몸속 배아를 확보해 생물무기로 이용하려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5) 에이리언의 최후
에이리언이 그녀를 죽이지 않는 이유는 그녀가 배아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리플리는 딜런에게 자신을 죽여달라고 간청하고, 딜런은 그녀가 에이리언 퇴치에 협조하는 조건으로 동의한다. 죄수들과 함께 에이리언을 주조소 몰드로 유인해 납에 빠뜨리는 작전을 세운다. 유인 작전 과정에서 딜런과 모스만을 제외한 모든 죄수가 사망하고, 딜런은 에이리언을 몰드로 유도하기 위해 스스로 희생한다. 모스는 납을 부어 에이리언을 덮어버린다. 그러나 에이리언은 녹은 금속을 뒤집어쓴 채로도 살아남아 탈출한다. 리플리는 스프링클러를 작동시켜 급격한 온도 변화로 인해 에이리언을 폭파시킨다.
6) 에이리언 퀸과 함께 용광로에 몸을 던지는 리플리
이후 웨이랜드-유타니 팀이 도착하는데, 그들 중에는 비숍과 똑같이 생긴 남자가 포함되어 있었고, 그는 자신이 비숍의 창조자라고 주장한다. 그는 리플리의 몸 속에 있는 에이리언 퀸 배아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도록 설득하며, 배아가 파괴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리플리는 거부하고 모스가 용광로 위에 설치한 이동식 플랫폼으로 돌아간다. 배아를 내놓으라는 간청을 무시한 리플리는 용광로에 스스로 몸을 던지는데, 이때 리플리의 몸에서 에이리언 퀸 배아가 튀어나오고, 그것을 리플 리가 붙잡고 용광로에 빠진다. 시설은 폐쇄되고 유일하게 살아남은 모스는 노스트로모호에서 녹음된 리플리의 마지막 항해일지가 재생되는 가운데 끌려간다.
3. 등장 인물 소개
1) 엘렌 리플리(Ellen Ripley) : 시고니 위버(Sigourney Weaver)
- 역할 : 주인공. 에이리언과의 전투에서 수차례 생존한 인물로, 탈출 포드 추락 후 피오리나 161에서 깨어난다.
- 특징 : 강인한 생존자이자 리더십 있는 인물로, 에이리언을 막기 위해 자신의 생명까지 걸 각오를 한다.
- 핵심 갈등 : 자신의 몸속에 에이리언 여왕 배아가 있음을 알게 되면서, 웨이랜드-유타니의 음모와 싸운다.
2) 조나단 클레멘스(Jonathan Clemens) : 찰스 댄스(Charles Dance)
- 역할 : 교도소의 의료 책임자.
- 특징 : 과거 실수로 인해 교도소로 좌천되었지만, 리플리에게 인간적인 연민과 신뢰를 보여준다.
- 운명 : 에이리언에게 살해당함.
3) 딜런(Dillon) : 찰스 에스 더튼(Charles S. Dutton)
- 역할 : 죄수들의 영적 지도자이자 실질적인 리더.
- 특징 : 폭력적인 과거를 뉘우치고 신앙에 귀의한 인물. 죄수들을 통제하며 리플리를 도와 에일리언에 맞선다.
- 운명 : 에이리언을 유인하기 위해 희생.
4) 비숍(Bishop) : 랜스 헨릭슨(Lance Henriksen)
- 역할 : 리플리 일행과 함께 탈출한 안드로이드.
- 특징 : 손상된 상태로 재가동되지만, 중요한 정보를 리플리에게 제공한다.
- 핵심 역할 : 페이스허거의 존재와 웨이랜드-유타니의 계획을 밝힘.
5) 해럴드 앤드류스(Harold Andrews) : 브라이언 글로버(Brian Glover)
- 역할 : 피오리나 161의 교도소장.
- 특징 : 규율에 엄격하고 권위적인 인물. 리플리의 경고를 무시하다가 에이리언에게 희생된다.
6) 아론(‘85’, Aaron) : 랄프 브라운(Ralph Brown)
- 역할 : 교도소장의 보좌관. 죄수들에게는 ‘85’라는 조롱 섞인 별명으로 불림 (IQ 수치를 의미).
- 특징 : 처음엔 순응적이지만, 점차 리플리 편에 서서 에이리언에 맞선다.
7) 골릭(Golic) : 폴 맥게이건(Paul McGann)
- 역할 :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죄수.
- 특징 : 에이리언을 “드래곤”이라 부르며 숭배에 가까운 집착을 보인다. 결국 에이리언을 풀어주는 결정적 행동을 한다.
4. 명장면 소개
1) 리플리의 부검 요청 장면
- 설명 : 리플리가 어린 뉴트에게 에이리언 배아가 있을 가능성을 우려해 부검을 강하게 요구하는 장면.
- 의미 : 인도적인 감정을 누르고 생존을 위한 결단을 내리는 리플리의 단호한 태도에서, 그녀의 리더십과 책임감이 드러남.
2) 에이리언이 리플리를 해치지 않고 떠나는 장면
- 설명 : 리플리가 에이리언과 마주하지만, 에이리언이 그녀를 죽이지 않고 물러나는 장면.
- 의미 : 리플리 안에 여왕 배아가 있다는 사실을 암시하는 동시에, 긴장감과 미스터리를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명장면.
3) 납 속에 에이리언을 빠뜨리는 결전 장면
- 설명 : 죄수들이 에이리언을 유인하여 납으로 처치하는 클라이맥스. 딜런은 자신의 목숨을 희생하고, 마지막엔 스프링클러를 작동시켜 열충격으로 에이리언을 파괴함.
- 의미 : 인간의 희생과 헌신, 극한 상황에서의 단결이 강조된 명장면.
4) 리플리의 최후 결단 장면 (감독판 기준)
- 설명 : 리플리가 에이리언 여왕을 안고 스스로 용광로로 몸을 던지는 장면.
- 의미 : 인류의 안전을 위한 최후의 희생. 종결자이자 구세자 같은 존재로서 리플리의 위상을 보여주는 장면.
- ※ 주의 : 극장판과 감독판은 이 장면 연출이 다름. 극장판에서는 에이리언이 튀어나오며 죽지만, 감독판에선 튀어나오는 장면 없이 리플리만 추락함.
5. 명대사 (Famous Quotes)
1) “You’ve been in my life so long, I can’t remember anything else.” – 리플리
- 해석 : “넌 내 인생에 너무 오래 있었어. 다른 건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아.”
- 의미 : 리플리의 삶이 에이리언과 얼마나 얽혀 있었는지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대사. 체념, 슬픔, 결단이 함께 느껴짐.
2) “Let me go. We’ve earned this.” – 리플리 (감독판 엔딩)
- 해석 : “날 보내줘요. 우린 이만큼 했잖아요.”
- 의미 : 리플리의 마지막 희생을 앞둔 대사로, 평화와 안식을 향한 간절한 바람이 담겨 있음.
3) “We’re all gonna die, the only question is when.” – 딜런
- 해석 : “우리는 모두 죽는다. 문제는 ‘언제’냐는 거지.”
- 의미 : 수감자들의 삶, 죽음, 구원에 대한 딜런의 신념이 담긴 철학적인 대사.
4) “This is a maximum-security prison, and you have no weapons of any kind?” – 리플리
- 해석 : “여긴 최고 보안 교도소인데, 무기 하나 없다고요?”
- 의미 : 고립된 환경과 절망적인 상황을 풍자하는 현실 인식의 대사.
5) “I’m not the man with whom to fuck.” – 딜런
- 해석 : “나한테 덤비면 다쳐.” (직역 : 건드릴 인간이 아냐)
- 의미 : 딜런의 카리스마와 죄수들 사이에서의 위상을 보여주는 강렬한 대사.
6. 제작 및 평가 변천사
1) 발표와 흥행
1992년 5월 22일에 미국 및 전 세계 일부 국가에서 개봉했으며, 북미 내에서는 흥행에 실패했지만, 국제적으로는 1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기록했다. 시리즈 중 가장 낮은 성적으로 평가되긴 하지만, 그 무게는 여전히 무시할 수 없었다.
2) 비평 및 수상
초기 비평은 완성도와 플롯의 빈약함, 전작과의 비교에서 밀린다는 혹평이 많았다. 로튼토마토 기준으로 평론가 점수는 약 44% 수준이며, 관객 평가도 유사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시각효과 분야에서는 아카데미 후보에 올랐고, 여러 상(사턴 어워드, 휴고 어워드 등)에 후보로 언급되었다. 사운드ㆍ시각효과 부분에서도 인정받았다.
3) 재평가와 이후 버전
데이비드 핀처는 스튜디오 간섭과 제작 과정의 혼란을 이유로 이 작품을 ‘자신의 작품이 아니다’라며 사실상 부정했다. 2003년에는 핀처 없이 원본 자료로 구성된 Assembly Cut이 공개되었으며, 팬과 평론가들 사이에서 기존보다 긍정적인 평을 받기 시작했다.
7. 철학적ㆍ문화적 의미
《에이리언 3》는 단순한 SF 또는 호러가 아닌, 종말적 서사, 윤리적 자율성, 기업과 권력에 대한 불신, 여성 주체성의 강조 등을 다룬다.
생명에 대한 책임 : 리플리는 자신의 몸에 배양된 알을 단순한 생명체가 아닌, 기업의 실험도구이자 위험을 지닌 존재로 판단하고 이를 제거한다. 이는 자율권과 선택권을 침해당한 존재의 최후 저항으로 읽힌다.
우주의 무관심과 인간의 저항 : 죄수들이 모여 사는 황량한 교도소 행성과 하나밖에 없는 외계 생명체는 인류의 외부 권력과 무관심을 은유한다. 리플리는 자신을 위해 싸우는 마지막 전사가 되고, 의미 없는 우주에도 저항하는 인간의 존엄성을 보여준다.
종합적으로 이 영화는 리플리의 영웅 서사가 끝물에 이르렀음을 알리는 동시에, ‘인간이 마지막까지 지켜야 할 가치란 무엇인가?’를 묻는 작품이다.
8. 결론
《에이리언 3》는 제작 과정의 난항과 일부 혼란스러운 전개에도 불구하고, 리플리 캐릭터의 완성에 중요한 지점을 찍은 작품이다. 인간의 윤리, 여성의 자율, 구조된 희생이라는 복합적인 주제들을 시리즈 전체 스토리의 절정이라고 할 수 있는 방식으로 풀어냈다.
An inert universe에서 고군분투하는 리플리의 모습은, 절망 속에서도 삶의 의미를 다시 묻는 용기를 보여준다. 비록 완벽하지 않은 영화지만, 그 불완전함과 혼돈 속에서도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이 작품은 SF 장르에서 결코 잊혀서는 안 될 서사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