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나라 누룩으로
마태복음 13장 33절 / 1993년 2월 3일 / KSCF 겨울대회
[회상 노트]
두 번의 대통령 선거에서 우리는 모두 패배했다. 1987년 선거 때 민주 진영이 단일 후보를 냈더라면 우리 민주화 세력이 승리할 수 있었을까? 그러나 김대중-김영삼 두 민주화운동의 지도자가 모두 후보로 나서서 군부 세력에게 다시 권력을 헌납했다는 결론을 반박할 수가 없었다. 1992년 대선은 김종필-김영삼이 노태우 아래로 들어감으로써 여전히 군부 정권의 집권을 막지 못하였다. 허탈했다.
그러나 단일 후보를 냈었다 하더라도 과연 우리가 승리할 수 있었을까? 1992년 대선 결과는 우리에게 부정적인 답을 주었다. 그때 민주 진영은 단일 후보를 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패배했다. 지역 분할구도가 엄존했다. 영남에 충청을 합했다. 그것이 승패의 결정 요인이었다. 민주화운동은 무엇이고, 우리가 지향하는 하나님의 나라 운동은 무엇인가?
우리는 모두 기진맥진해 있었다. 학생운동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회의가 일어났다. 과연 무엇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말인가? 학생들의 좌절을 달래야 했다. 아니, 나를 달래야 했다. 우리는, 나는 서 말 가루 속에 들어간 한 옴큼의 누룩이라고.
[슬라이드]
[설교 전문]
여러분이 금번 겨울 대회의 주제로 택한 “하나님 나라의 누룩으로”는 마태복음 13장 33절에서 얻어 왔을 것이다.
“하늘 나라는 마치 누룩과 같다. 한 여인이 그것을 가져다가 가루 서 말 속에 넣었더니 마침내 온 덩이를 부풀게 했다.”
이 말씀은 불쑥 튀어나온 말씀이 아닐 것이다. 아마도 제자들 사이에 논란이 있었거나 제자들의 심중에 회의 같은 것이 있었을 것이다. 우리의 스승이 저리도 열심히 하늘 나라를 가르치고 다니지만 그 하늘 나라가 오고 있다는 어떤 징조도 보이지 않지 않느냐, 하나님 나라가 과연 올 수 있는 것이냐, 세상은 여전하고 긍정적 변화는 전혀 없지 않느냐 하는 따위의 논란은 얼마든지 있음직하다.
스승 예수를 따라다니면서 무엇 하나 제대로 되는 것이 없다고 여겨질 때 과연 예수를 더 따라다녀야 하는 것인가 하는 회의가 그 심중에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더구나 예수의 이 운동에 참여하는 사람이 구름처럼 많아도 될까 싶지 않은데 우리 몇이서만 이렇게 뭉쳐 다녀서 무엇을 하겠느냐는 회의는 당연하다. 힘과 가시적 결과, 그리고 양, 모두가 될 성싶은 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이 그들에게 있었다.
예수는 그들에게 하늘 나라 운동이라는 것은 마치 누룩과 같다고 말씀하신다. 한 여인이 가루 서 말 속에 한 옴큼의 누룩을 넣었더니 마침내 온 가루를 부풀게 했다고 가르치신다. 서 말 가루 속에 들어간 한 옴큼의 누룩은 금방 그 많은 가루에 삼킴을 당한다. 양에서 비교도 되지않는다. 실제로 흔적도 없다. 넣은 것 같지도 않다. 있는 것 같지도 않다.
그러나 흔적도 없다고 인식하는 그 순간에도, 도대체 가루 속에 들어간 누룩의 흔적을 볼 수조차 없다고 인식하는 그 순간에 누룩은 가루를 부풀리고 있다는 가르침이다. 설혹 부풀리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증거가 아무것도 없다고 하더라도 반죽은 부풀고 있다. 마침내 온 덩이를 부풀게 한다는 가르침이다.
이 말씀은 예수 운동에 대해서 답답함이나 회의를 가지고 있던 제자들에게 일종의 결단을 구하고 있다. 이 사실을 믿고 나의 운동에 계속 참여할 것이냐, 아니면 이 운동을 떠날 것이냐 하는 결단이다.
우리 자신이 혁명적으로 변화하는 것 같지 않다. 교회가 생겨 보아도 그저 그렇다. 우리는 불행하게 하늘 나라가 확산되고 세상이 확 변혁되어 나가는 것을 경험하지 못하고 있다. 길지 않은 삶의 경험이지만 오히려 세상이 더 어두워지고 악해지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
우리도 역시 묻게 된다. 기독 학생 운동 몇 십 년에 도대체 얻은 것이 무엇이냐? 세상은 과연 개혁으로 가고 있는 것이냐? 더군다나 이렇게 작고 왜소한 세력으로 무엇을 한다는 말이냐? 우리에게도 힘, 결과, 양에 대한 회의가 있는 것 같다. 이런 자문은 지난 대통령 선거가 있은 이후 우리 사이에 더욱 실감나게 제기될 것이다. 어느 때보다도 우리의 운동이 침체할 수밖에 없고, 어느 때보다도 힘이 나지 않는다. 팔팔하고 생기가 넘쳐야 할 우리의 대회도 회색 빛깔 냄새가 짙게 나고 있다.
우리는 묻자. 하나님 나라 운동은 지금 진행되고 있는 것인가? 그리고 주님의 말씀을 다시 들어보자.
“하늘 나라는 마치 누룩과 같다. 한 여인이 그것을 가져다가 가루 서 말 속에 넣었더니 마침내 온 덩이를 부풀게 했다.”
하나님 나라 운동은 수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양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효과가 있느냐 하는 데 있지 않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다. 누룩이 있느냐, 누룩이라는 것이 과연 누룩이냐 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러분이 “하나님 나라의 누룩으로” 살기를 결단한다면 하나님 나라는 그 순간 이미 서 말이나 되는 가루를 부풀리고 있다. 아무것도 되는 것이 없다는 바로 그 절망의 순간에도 하나님 나라 운동은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하나님 나라의 힘은 큼에 있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 나라는 양에 있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 나라의 힘은 누룩에 있다. 우리가 만약 누룩이라면 우리의 선한 싸움은 지고 있는 것도 실패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또 가자. 누룩으로 살기를 다시 결단하자. 한국의 누룩으로 나아가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