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터미네이터(The Terminator, 1984)》
미래 영웅의 부모를 암살하기 위해 파견된 사이보그
1. 과학 소설 액션 영화의 역사
《터미네이터》는 1984년에 개봉한 미국의 과학 소설 액션 영화다. 제임스 카메론이 감독과 공동 각본을 맡았으며, 게일 앤 허드가 공동 각본 및 제작을 담당했다. 이 영화는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사이보그 암살자인 ‘터미네이터’ 역을 맡아 큰 주목을 받았다. 터미네이터는 2029년에서 1984년으로 시간을 거슬러 돌아와 사라 코너(린다 해밀턴)를 암살하려 한다. 사라 코너의 태어나지 않은 아들은 미래에 인공지능 스카이넷에 맞서 인류를 구할 중요한 인물이 된다. 미래에서 온 병사 카일 리스(마이클 비언)는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 현재 시대로 파견된다.
2. 기획과 제작 배경
제임스 카메론은 자신의 전작인 《피라냐 2》의 로마 촬영 중에 악몽에서 영감을 얻었다. 꿈속에서 금속으로 된 토르소가 부엌칼을 들고 폭발 현장에서 기어 나오는 장면을 떠올렸고, 이 이미지가 영화의 출발점이 되었다. 카메론은 존 카펜터 감독의 저예산 슬래셔 영화 《할로윈》에 영향을 받아 비슷한 스타일의 공포 영화 시나리오를 구상했다. 그러나 초기 컨셉은 그의 에이전트에게 부정적으로 평가받았고, 카메론은 에이전트와 결별했다.
카메론은 캘리포니아 포모나에 있는 SF 작가 랜달 프레이크스의 집에서 각본 초안을 완성했다. 1950년대 SF 영화, 1960년대 판타지 TV 시리즈 《아우터 리미츠》와 《드라이버》(1978), 《매드 맥스 2》(1981) 등에서 영향을 받았다. 각본 작업에는 친구 빌 위셔가 참여했으며, 둘은 전화 통화를 통해 아이디어를 주고받았다.
초기 각본에는 두 명의 터미네이터가 과거로 파견되는 설정이 있었는데, 한 명은 지금의 터미네이터와 비슷하지만 다른 한 명은 액체 금속으로 구성되어 기존 무기로는 파괴할 수 없는 존재였다. 당시 기술력 부족으로 이 아이디어는 보류되었고, 이는 1991년 《터미네이터 2》에서 T-1000 캐릭터로 재탄생했다.
3. 제작 및 배급
게일 앤 허드는 《터미네이터》의 제작권을 카메론으로부터 단돈 1달러에 구입했다. 단 조건은 카메론이 감독을 맡는다는 것이었다. 허드는 각본을 일부 수정했지만 실제 집필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이후 허드는 오리온 픽처스와 배급 계약을 성사시켰고, 헴데일 필름 코퍼레이션의 존 데일리와 데릭 깁슨이 제작 자금을 지원하며 프로젝트가 구체화되었다.
카메론은 데일리와의 계약을 위해 친구 랜스 헨릭센을 터미네이터 복장과 분장으로 먼저 가서 분위기를 조성하게 했다. 헨릭센은 가죽 재킷과 얼굴에 가짜 상처, 금박 치아를 착용하고 사무실 문을 박차고 들어가 직원들을 놀라게 했다. 이 장면이 데일리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 영화의 원래 예산은 400만 달러였으나 이후 650만 달러까지 증액되었다.
4. 줄거리 소개
1) 터미네이터와 리스의 시간 여행
사이버네틱 암살자 ‘터미네이터’가 2029년에서 1984년 로스앤젤레스로 시간 여행을 한다. 사람과 거의 똑같이 생긴 이 기계는 사라 코너라는 여성을 찾아 암살하라는 임무를 받았다. 동시에 인간 병사인 카일 리스도 시간 여행을 통해 도착하는데, 그는 터미네이터를 막으려 한다. 터미네이터는 전화번호부에서 사라 코너라는 이름을 찾아 여러 명의 비슷한 이름의 여성을 차례대로 공격하며, 사라의 룸메이트 진저와 남자친구 매트 등 주변 인물들도 제거한다. 결국 터미네이터는 지역 나이트클럽에서 진짜 사라를 찾아내고, 그곳에서 리스가 그녀를 구출한다. 이후 세 사람은 차를 훔쳐 도망치지만 터미네이터는 도난 경찰차를 타고 쫓아온다.
2) 스카이넷과 인류의 미래
주차장에 숨은 동안 리스는 사라에게 사이버다인 시스템이 만든 인공지능 방어망 ‘스카이넷’이 곧 자각을 얻고 인류를 멸종시키기 위해 전쟁을 일으킬 것이라고 설명한다. 사라의 미래 아들 존이 살아남은 인류를 모아 스카이넷에 저항할 것이라고도 덧붙인다. 스카이넷은 저항군이 승리 직전에 터미네이터를 과거로 보내 사라를 죽여 존의 탄생을 막으려 했다. 리스는 터미네이터가 완벽한 목소리 모방 능력과 금속 골격을 가졌으며, 인간처럼 보이도록 살아있는 조직으로 덮여 있다고 말한다.
3) 경찰서와 모텔에서의 사투
터미네이터가 리스와 사라를 추적하지만 자동차 추격 중 사고가 나면서 사라지고, 경찰이 두 사람을 체포한다. 진저와 매트가 살해되었다는 소식을 사라가 듣고, 리스는 회의적인 범죄 심리학자 실버먼 박사에게 심문받는다. 터미네이터는 자신이 사용하던 모텔 방으로 돌아와 손상된 눈과 팔을 수리한다. 경찰서에 다시 나타난 터미네이터는 사라를 찾기 위해 경찰들을 무차별 공격하며 살해한다. 리스와 사라는 탈출해 또 다른 차를 훔쳐 모텔에 숨는다. 그곳에서 파이프 폭탄을 제작하며 다음 행동을 계획한다. 리스는 자신이 존이 준 사진에서 본 사라를 오래전부터 좋아했으며 사랑 때문에 시간 여행을 했다고 고백한다. 사라도 그의 마음에 화답하며 키스하고 함께 시간을 보낸다.
4) 마지막 추격과 희생
터미네이터는 사라의 어머니에게 걸려온 전화를 가로채 그녀의 위치를 알아내고, 사라와 리스는 픽업트럭을 타고 모텔에서 도망친다. 터미네이터는 오토바이를 타고 추격하며, 리스는 폭탄을 던지며 심하게 다친다. 사라는 터미네이터를 오토바이에서 떨어뜨리지만 트럭 조종을 잃어 전복된다. 상처 입고 파손된 터미네이터는 탱크 트럭을 탈취해 사라를 치려 한다. 리스는 트럭 호스에 폭탄을 설치해 터미네이터를 폭파시키지만 자신의 목숨을 잃는다. 여전히 움직이는 금속 몸통은 사라를 쫓아 사이버다인 공장으로 들어간다. 리스가 기계를 작동시켜 주의를 끌지만 결국 발견당한다. 마지막 폭탄을 터미네이터 몸통에 설치해 폭파시키지만, 리스는 이 과정에서 희생된다. 이후 사라는 터미네이터를 유압 프레스로 유인해 압착, 완전히 파괴한다.
5)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사라 코너
몇 달 후, 임신한 사라는 멕시코를 여행하며 아들에게 전할 오디오 테이프를 녹음한다. 주유소에서 한 소년이 그녀의 즉석 사진을 찍는데, 이는 미래에 존이 리스에게 줄 사진과 같은 것이다. 그녀는 그 사진을 구매하고, 주유소 주인은 다가오는 폭풍을 언급한다. 사라는 이를 알고 있음을 내비치며, 인류와 스카이넷의 다가오는 전쟁을 암시하며 차를 몰고 떠난다.
5. 캐스팅
카일 리스 역에는 당대 미국과 해외에서 인지도가 상승 중인 배우를 원했다. 마이크 메다보이 오리온 공동설립자가 아놀드 슈워제네거(Arnold Schwarzenegger)에게 각본을 전달했다. 그러나 카메론은 슈워제네거를 리스 역에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으며, 터미네이터 역할에는 더 유명한 배우가 필요하다고 여겼다. 실베스터 스탤론과 멜 깁슨은 터미네이터 역할을 거절했다. O. J. 심슨도 추천되었지만 카메론은 당시 살인자로서의 신뢰감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카메론은 슈워제네거와 만난 후 터미네이터 역이 그의 역할에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슈워제네거는 이 영화가 자신의 경력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으나 촬영 후 1차 편집본을 보고 영화의 잠재력을 깨달았다. 슈워제네거는 역할 준비를 위해 3개월간 무기 훈련을 받았고, 영화에서 17대사 이하, 약 100단어 미만의 대사를 소화했다.
카일 리스 역에는 마이클 비언(Michael Biehn)이 캐스팅되었다. 그는 처음에 영화가 우스꽝스럽다고 생각했으나 카메론과 만나 생각을 바꿨다. 사라 코너 역에는 린다 해밀턴(Linda Hamilton)이 낙점되었다. 다른 후보로는 제니퍼 제이슨 리, 멜리사 수 앤더슨 등이 있었으며, 오디션에는 로잔나 아퀘트, 리아 톰슨도 참여했다.
6. 촬영 및 특수효과
촬영은 대부분 밤에 로스앤젤레스 현지에서 진행되었다. 슈워제네거가 당시 촬영 중이던 《코난 더 디스트로이어》 일정과 겹쳐 지연되기도 했다. 특수효과는 스탠 윈스턴과 진 워렌 주니어가 이끌었으며, 미니어처와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 기법을 활용했다.
7. 흥행 및 영향
《터미네이터》는 개봉 전 낮은 기대 속에서도 북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2주간 정상을 지켰다. 최종 수익은 약 7,830만 달러로, 640만 달러 예산 대비 큰 흥행 성공을 기록했다. 이 작품은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경력을 견고히 하였으며, 아놀드 슈워제네거를 할리우드 대표 액션 스타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이후 《터미네이터》는 다수의 후속작과 TV 시리즈, 만화책, 소설, 비디오 게임 등으로 이어지는 대형 프랜차이즈로 성장했다. 2008년에는 미국 의회도서관이 이 영화를 미국 국가영화등재목록에 보존할 가치가 있다고 선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