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파이브, 2025》, 평범한 이들의 특별한 능력 대작전
영화 《하이파이브, 2025》는 《써니, 2011》, 《과속스캔들, 2008》 등 흥행작으로 잘 알려진 강형철 감독의 신작으로, 평범한 사람들이 갑작스럽게 초능력을 얻게 되면서 벌어지는 유쾌하고 스펙터클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기존 한국 영화에서 보기 드물었던 초능력자를 소재로 하면서도, 강형철 감독 특유의 유머와 따뜻한 인간미를 잃지 않아 개봉 전부터 많은 기대를 모았다. 이 영화는 단순히 볼거리에만 집중하지 않고, 특별한 능력을 얻은 평범한 이들이 자신들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진정한 영웅의 의미를 되묻는 메시지까지 담아냈다.
1. 영화 개요 : 갑작스러운 능력, 예상치 못한 히어로들의 탄생
《하이파이브》는 우연히 초능력을 얻게 된 다섯 명의 주인공들이 미스터리한 집단에 맞서 싸우는 과정을 그린다. 이들은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완벽한 슈퍼히어로가 아니다. 췌장 이식 수술 후 초능력을 얻게 된 새신교 교주 영춘, 태권도 유망주였으나 좌절한 태권소녀 완서(이재인), 시나리오 작가 지망생 지성(안재홍), 야쿠르트 아줌마 선녀(라미란), FM 작업반장 약선(김희원), 힙스터 백수 기동(유아인) 등 각기 다른 삶을 살아왔던 이들이다. 여기에 또 다른 능력을 가진 자들과 이들을 추적하는 미스터리한 인물들이 얽히면서 예측 불가능한 전개가 펼쳐진다. 영화는 기발한 설정과 강렬한 액션, 그리고 재치 넘치는 코미디가 조화를 이루며 관객에게 신선한 경험을 선사한다.
2. 줄거리 소개 : 뜻밖의 능력이 선사한 평범한 이들의 대격돌
1) 초능력의 시작과 예상치 못한 만남
영화는 정체불명의 장기 기증자가 수술 중 재가 되는 미스터리한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식받은 심장 덕분에 괴력을 얻은 박완서(이재인)는 아버지 박종민(오정세)의 과보호 속에서 답답함을 느끼다 자신의 특별한 능력을 깨닫는다. 완서의 초고속 질주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오고, 이를 본 시나리오 작가 지망생 박지성(안재홍)이 그녀에게 접근한다. 폐 이식으로 강풍 능력을 얻은 지성은 완서에게 초능력자들의 존재를 알리고 다른 동료를 찾자고 제안한다. 한편, 각막 이식 후 전자기파를 조작하는 능력을 얻은 황기동(유아인)은 자신의 능력을 유흥에 사용하며 자유분방하게 살아간다. 세 사람은 장기 이식자들의 운동회에서 서로를 탐색한다.
2) 히어로들의 합류와 갈등
장기 이식자 운동회에서 완서와 지성은 야쿠르트 아줌마 김선녀(라미란)의 등 문신을 통해 그녀 역시 신장 이식으로 초능력(흡수/전달)을 얻은 동료임을 알게 된다. 곧이어 기동까지 합류하여 초능력자 그룹이 형성되지만, 지성과 기동의 철없는 기 싸움, 그리고 과거 선녀가 불을 질러 자신을 구해준 소방관을 크게 다치게 한 죄책감 등 각자의 아픔과 갈등으로 팀은 쉽게 뭉치지 못한다. 야쿠르트 카 추격전 중 지성과 기동의 불화가 폭발하고 선녀가 다치는 사고가 발생하며, 결국 팀은 일시적으로 해체된다. 이후 완서는 지성을 다시 찾아 화해하고, 그들은 간 이식자로 추정되는 허약선(김희원)의 존재를 알게 된다.
3) 새신교 교주 영춘의 야망과 동료들의 위기
허약선은 자신의 상사에게 작업현장의 안전 보장을 계속 요구하지만 상사는 듣는 척도 하지 않고 자리를 떠난다. 노동자들과의 불화 속에 잔업을 자처한 한 노동자가 가스 시설 스파크로 인해 위험에 처하고, 이 소식을 들은 완서와 선녀, 기동은 현장으로 향한다. 약선이 필사적으로 노동자들을 대피시키지만, 한 노동자가 사고로 다치자 약선은 자신의 치유 능력으로 그를 살려낸다. 이 과정에서 선녀의 능력 또한 각성되어 약선의 치유력을 강화시킨다. 한편, 췌장 이식으로 생명력 흡수 능력을 얻은 사이비 종교 새신교의 교주 서영춘(신구)은 영생을 꿈꾸며 다른 초능력자들의 장기를 노린다. 그의 딸 춘화(진희경)의 납치 시도 끝에 허약선은 납치되어 간을 강탈당한다. 기동은 수술실에서 발가락으로 발버둥 쳐 완서에게 동료들의 위치를 알리는 데 성공한다.
4) 위기 속 재결집과 최후의 대결
완서의 아버지 박종민은 딸의 능력을 모른 채 친구들이 일진에게 잡혔다는 오해를 하고 완서와 함께 동료들을 구하러 출동한다. 기동의 노력으로 감옥에 갇혔던 다른 멤버들도 탈출에 성공하고, 지성은 다시 장님이 된 기동을 구하러 유독가스가 가득한 수술실로 돌아가 인공호흡으로 그를 살려낸다. 모든 동료들이 다시 뭉치며 서로의 소중함을 깨닫고, 각자의 개성을 살린 히어로명을 정한다. 완서(‘구걸’/‘나인걸’), 선녀(‘후레쉬걸’), 지성(‘탱크보이’), 기동(‘블루투스맨’), 약선(‘배터리맨’)으로 거듭난 이들은 영춘에게 빼앗긴 능력자들을 구하고 진정한 영웅으로 거듭날 것을 다짐한다.
결국 영춘은 기동의 능력까지 얻게 된다. 각막 하나는 이식에 성공했지만 기동의 반항으로 나머지 하나는 이식하지 못하고, 영춘은 손상된 기동의 눈을 버려둔 채 떠난다. 다시 장님이 된 기동은 절망하지만, 마침 수술실로 돌아온 허약선이 자신의 약해진 몸을 이끌고 기동을 치료한다.
이윽고 부흥회가 시작되고, 젊어진 영춘(진영)이 등장한다. 그는 전자 능력을 이용해 무대 장치와 신도들의 휴대폰을 장악하며 자신의 교리를 전파한다. 영춘은 괴력을 사용해 자신의 벽화를 부수고, 휠체어에 앉은 환자, 호흡기가 불편한 어린 환자, 화상 흉터가 있는 환자들을 차례로 치료하며 기적을 보여준다. 이를 목도한 신도들은 광적으로 영춘을 숭배하며 부흥회는 광기로 치닫는다. 영춘은 환상에서 본 초능력의 문양을 종교의 상징으로 내걸고, CCTV를 통해 자신을 찾아온 완서 부녀를 발견하고 지하 입구를 열어준다. 자신은 곧 완전한 신이 될 것이라며 신도들을 뒤로 하고 퇴장한다.
영춘이 열어준 문으로 들어온 완서와 종민은 드디어 영춘을 마주한다. 영춘은 넉살 좋게 다가와 종민에게 악수를 청하는데, 완서는 영춘의 손목에서 자신과 같은 문신을 발견하고 영춘의 정체를 직감한다. 완서는 즉시 영춘을 발차기로 날려버린다. 딸의 괴력을 처음 본 종민과, 자신이 사람을 날려버린 것을 뒤늦게 깨달은 완서가 서로를 보며 당황하는 사이, 팔이 부러진 영춘은 물을 마셔 회복한 후 광포한 본성을 드러낸다. 이윽고 모든 초능력자들이 힘을 합쳐 영춘에 맞서는 최후의 전투가 벌어진다.
3. 등장인물 분석 : 개성 강한 캐릭터들의 유쾌한 하모니
《하이파이브》의 가장 큰 강점 중 하나는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과 이들을 완벽하게 소화한 배우들의 연기 시너지이다.
- 박완서(이재인 분) : 태권도 선수를 꿈꾸던 여중생이었으나, 심장 이식 수술 후 괴력을 지닌 초능력자가 된다. 지구력과 기동력을 비롯한 신체 능력 전반이 뛰어나고 맷집 또한 대단하다. 천성이 선하고 순박하여 초능력으로 사리사욕을 채우기보다 동료들과 아버지를 지키려 한다. 어릴 적 할아버지 밑에서 자라 말투가 구수하며, 초능력 동료들에게 깊은 애착을 보이는 그룹의 구심점이다. 히어로 네임은 '구걸(나인걸)'이다.
- 박지성(안재홍 분) : 1987년생 시나리오 작가 지망생으로, 폐 이식 후 뛰어난 폐활량을 이용해 입으로 강풍을 쏘는 원거리 공격과 호흡 곤란 시 산소 공급을 담당한다. 스스로 작가라고 칭하지만 악플 달기와 코인 투자가 주업인 백수이며, 자신과 나이 비슷한 기동에게 열등감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작가 지망생답게 여러 지식과 히어로 장르 클리셰에 능통해 상황을 설명하는 역할을 하며, 본성은 착하여 갈등 후에는 사과할 줄 아는 인물이다. 히어로 네임은 ‘탱크보이’이다.
- 황기동(유아인 분) : 각막 이식 후 눈으로 전자기파를 보고 손가락을 튕겨 조작하는 초능력을 얻었다. 전기를 사용하는 모든 것을 다룰 수 있으며, 전자기기를 감각과 동기화할 수도 있다. 초능력을 사리사욕에 사용하거나 지성에게 철없이 딴지를 거는 등 다소 철없는 면모를 보인다. 어린 시절 감전 사고로 시력을 잃었던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으며, 패션에 관심이 많아 매번 다른 옷을 입고 등장한다. 히어로 네임은 ‘블루투스맨’이다.
- 김선녀(라미란 분) : 직업은 야쿠르트 아줌마이며, 신장 이식 후 ‘초능력 흡수/전달’ 능력을 갖게 되었다. 다른 초능력자의 능력을 빨아들이거나 내보낼 수 있으며, 능력을 한 사람에게 몰아넣어 초인으로 만들거나 고갈된 능력을 회복시킬 수 있다. 긍정적이고 해맑은 존댓말 캐릭터이지만, 화가 나면 거침없는 욕을 사용한다. 과거 자살 시도와 그로 인해 소방관이 다친 것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히어로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히어로 네임은 ‘후레쉬걸’이다.
- 허약선(김희원 분) : 새신교 사옥의 FM 작업반장으로, 간 이식 후 타인의 부상을 치료할 수 있는 초능력을 얻었다. 치유 대상자의 상처와 고통을 자신에게로 옮겨오며, 수분을 보충해야 자신을 치유할 수 있다. 초능력을 사용할수록 새치가 나는 부작용이 있다. 초능력자들 중 완서와 더불어 남을 위해 능력을 사용하고, 착한 심성을 가진 인물이다. 히어로 네임은 ‘배터리맨’이다.
- 서영춘(노년 : 신구 / 청년 : 진영 분) : 사이비 종교 새신교의 교주이자 이 영화의 메인 빌런이다. 췌장 이식 후 다른 생물의 생명력을 흡수하는 초능력을 얻었다. 삶에 대한 집착이 대단하며, 자신을 제외한 타인을 이용하고 하찮게 여기는 악역이다. 이후 다른 이식자들의 장기까지 강제로 빼앗아 모든 초능력을 얻어 신과 같은 존재가 되려고 한다. 젊은 시절 약장수였던 경험이 있다.
- 박종민(오정세 분) : 완서의 아버지이자 ‘바르셀로나 태권도장’ 사범이다.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 태권도 금메달리스트 출신으로, 선수 시절 별명은 '태권브이'였다. 아내와 장인을 심장 문제로 잃었기에, 딸 완서마저 같은 질환으로 잃을까 봐 과보호하며 심박수 측정 시계를 채우고 격한 운동을 못하도록 단속한다. 딸바보이지만 넉넉지 않은 살림으로 고군분투하는 인물이다.
이처럼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닌 캐릭터들이 서로 부딪히고 협력하며 만들어내는 유쾌한 케미스트리는 《하이파이브》의 큰 볼거리이다. 이들은 단순한 히어로 집단이 아니라, 각자의 상처와 고민을 가진 보통의 사람들로서 관객에게 더욱 친근하게 다가간다.
4. 영화 외적인 논란 : 유아인 마약 투약 혐의
영화 《하이파이브》의 황기동 역을 맡았던 유아인 배우는 영화 촬영 이후, 2023년 2월부터 시작된 마약류 투약 혐의로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섰다. 경찰 조사 결과 프로포폴을 181회 상습 투약했으며, 대마, 코카인, 케타민, 졸피뎀 등 총 7종의 마약을 투약한 혐의가 드러났다. 이 사건으로 유아인 배우는 광고계에서 ‘손절’ 당하며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고, 50일 만에 공개 사과를 하기도 했다.
사법 절차를 거쳐 2024년 9월 4일 1심에서 마약 상습 투약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는 징역형 집행유예로 감형되어 석방되었다. 이러한 논란은 황기동 역할에 대한 배우 유아인 캐스팅 및 영화 자체의 개봉 시점과 홍보 방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화 제작 과정에서 유아인 배우의 출연 비중에 대한 조정이나 편집상의 변화가 있었을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으며, 실제 개봉 전 홍보 과정에서 이러한 논란이 조심스럽게 다루어졌다. 배우의 개인적인 문제로 인해 작품이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힌 안타까운 사례라고 할 수 있다.
5. 영화의 주요 메시지와 연출의 묘미
《하이파이브》는 평범한 이들이 초능력을 얻게 된다는 판타지적인 설정을 통해 ‘진정한 영웅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단순히 엄청난 힘을 가졌다고 해서 영웅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 힘을 어떻게 사용하고 어떤 책임을 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진정한 영웅의 모습임을 보여준다. 이들은 거창한 목표를 가진 것이 아니라, 자신과 주변의 평범한 삶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이는 관객들로 하여금 ‘나에게도 저런 능력이 생긴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불러일으키며, 영화 속 상황에 더욱 몰입하게 만든다.
강형철 감독 특유의 섬세한 연출력도 돋보인다. 화려한 CG와 액션 시퀀스 속에서도 코미디 요소를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지루할 틈 없는 전개를 이어간다. 특히 각 캐릭터의 능력이 발현되는 장면이나 팀원들이 협력하여 난관을 헤쳐나가는 모습은 감독의 재치와 아이디어가 빛나는 부분이다. 또한, 《써니》나 《과속스캔들》에서 보여주었던 것처럼 인물 간의 관계와 감정선을 깊이 있게 다루며, 단순한 웃음과 액션을 넘어선 따뜻한 감동을 선사한다. 이는 영화가 표방하는 ‘슈퍼히어로물’의 틀 안에 ‘인간 드라마’를 절묘하게 녹여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6. 특별한 능력 속 평범한 사람들의 유쾌한 성장기
《하이파이브》는 평범한 이들이 특별한 능력을 얻는다는 흥미로운 상상력에서 시작하여, 각자의 개성을 지닌 캐릭터들이 겪는 혼란과 성장, 그리고 그 안에서 피어나는 유대감을 밀도 있게 그려낸다. 강형철 감독의 섬세한 연출과 이재인, 안재홍, 유아인, 라미란, 김희원, 신구, 오정세 등 연기파 배우들의 완벽한 앙상블이 더해져 관객들에게 신선한 재미와 따뜻한 감동을 동시에 선사한다.
액션, 코미디, 그리고 드라마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며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오락 영화로서의 미덕을 갖추고 있다. 예측 불가능한 상황 속에서 펼쳐지는 유쾌한 소동과 그 속에서 발견하는 진정한 가치는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을 웃음 짓게 하고, 때로는 생각에 잠기게 한다. 단순히 눈을 즐겁게 하는 블록버스터를 넘어, 우리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이 지닌 특별한 가능성을 이야기하며 깊은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다. 《하이파이브》는 한국 영화의 새로운 장르적 시도를 넘어, 따뜻한 시선으로 인간 본연의 가치를 조명하는 매력적인 영화로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