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지그펠드(The Great Ziegfeld, 1936)》 : 위대한 쇼맨의 꿈

 

1930년대 할리우드 뮤지컬 영화의 정점을 보여준 작품 중 하나인 《위대한 지그펠드(The Great Ziegfeld, 1936)》는 1936년 개봉한 로버트 지글러 레너드(Robert Z. Leonard, 1889-1968) 감독의 뮤지컬 드라마 영화이다. 이 영화는 전설적인 브로드웨이 쇼 비즈니스 거물 플로렌츠 “플로” 지그펠드 주니어(Florenz “Flo” Ziegfeld Jr., 1867-1932)의 드라마틱한 인생과 그가 일궈낸 ‘지그펠드 폴리스(Ziegfeld Follies)’의 화려한 역사를 담아내고 있다. 당시 MGM 스튜디오의 야심작으로, 할리우드 역사상 가장 비싼 영화 중 하나였으며 엄청난 상업적 성공과 비평적 찬사를 동시에 받았다. 특히 이 영화를 통해 배우 루이제 라이너(Luise Rainer, 1910-2014)는 그의 첫 번째 아내인 안나 헬드(Anna Held, 1872-1918) 역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위대한 지그펠드’는 단순히 한 인물의 일대기를 넘어, 쇼 비즈니스 황금기의 화려함과 그 이면에 숨겨진 열정, 그리고 예술과 상업 사이의 균형을 치열하게 모색했던 한 예술가의 꿈을 생생하게 그려낸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뮤지컬 영화의 기준을 제시하며, 후대 많은 작품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고전 중의 고전으로 오늘날까지도 기억되고 있다.

 

《위대한 지그펠드(The Great Ziegfeld, 1936)》

1. 줄거리 소개 : 플로렌츠 지그펠드의 화려한 삶과 꿈

 

‘위대한 지그펠드’는 20세기 초 미국 쇼 비즈니스계를 지배했던 플로렌츠 지그펠드 주니어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서사적으로 따라간다.

 

1) 젊은 쇼맨의 야망과 시작

영화는 지그펠드(윌리엄 파월 분)가 1890년대 세계에서 가장 강한 남자라고 불리던 독일의 근력왕 오이겐 잔도우(Eugen Sandow, 1867-1925)를 미국으로 데려오며 쇼 비즈니스에 첫 발을 내딛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초기에는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하지만, 그의 타고난 재능과 쇼맨십으로 흥행에 대한 직감을 발휘하며 점차 명성을 쌓아간다. 이때 경쟁자였던 잭 빌링스(프랭크 모건 분)는 지그펠드의 일생을 통해 주요한 인물이자 라이벌, 그리고 때로는 동료로서 등장한다.

 

2) 안나 헬드와의 만남과 사랑

지그펠드는 파리에서 아름답고 재능 있는 프랑스 가수 안나 헬드(루이제 라이너 분)를 만나 첫눈에 반한다. 그는 안나 헬드를 미국으로 데려와 대대적인 홍보와 함께 브로드웨이 무대에 세우고 엄청난 성공을 거둔다. 영화는 특히 안나 헬드의 성공적인 데뷔를 위해 지그펠드가 우유 목욕 스캔들을 조작하는 등 기발한 홍보 전략을 펼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시기, 안나 헬드는 지그펠드의 첫 번째 아내이자 가장 큰 영감의 원천이 된다. 두 사람의 사랑과 결혼은 지그펠드의 쇼 비즈니스 경력에 큰 영향을 미치며, 안나 헬드를 중심으로 한 초기 쇼들이 크게 성공한다.

 

3) 지그펠드 폴리스의 탄생과 전성기

시간이 흐르면서 안나 헬드와 지그펠드의 관계는 틀어지기 시작하고, 결국 두 사람은 이혼하게 된다. 이후 지그펠드는 배우 빌리 버크(머나 로이 분)와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고 결혼한다. 그리고 그의 인생 최대 역작이자 브로드웨이 역사상 가장 화려하고 성대한 쇼였던 ‘지그펠드 폴리스(Ziegfeld Follies)’를 기획하고 무대에 올린다. 영화는 ‘지그펠드 폴리스’의 눈부신 성공과 함께, 그 쇼를 통해 지그펠드가 추구했던 ‘아름다움’과 ‘환상’을 시각적으로 구현한다. 특히 ‘A Pretty Girl Is Like a Melody’와 같은 상징적인 뮤지컬 넘버들은 쇼의 황금기를 대표하며, 수많은 아름다운 지그펠드 걸스와 화려한 의상, 웅장한 무대 세트가 압도적인 볼거리를 제공한다. 이 시기에 그는 브로드웨이의 ‘글로리파이어(Glorifier)’로 불리며 전성기를 누린다.

 

4) 몰락과 마지막 순간

그러나 1929년 대공황의 그림자가 드리워지면서 라이브 쇼의 시대는 저물고 영화 산업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지그펠드는 재정적인 어려움에 처하고, 자신이 제작했던 성공적인 뮤지컬 ‘쇼 보트(Show Boat)’마저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며 큰 좌절에 빠진다. (실제 ‘쇼 보트’의 초연은 대공황 이전에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으며, 영화에서는 각색된 부분임을 인지해야 한다) 건강이 악화된 지그펠드는 점차 병마와 싸우게 되고, 옛 경쟁자 잭 빌링스가 다시 찾아와 그에게 위로와 동업을 제안한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파산 상태였고, 지그펠드는 혼자 병실에서 지난 날 자신이 만든 쇼들을 회상하며 반쯤 정신이 혼미한 상태로 “더 많은 계단, 더 높이, 더 높이”를 외친다. 영화는 그가 쇼 비즈니스에 대한 끊임없는 열정을 간직한 채 눈을 감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영화에서는 지그펠드 극장이 보이는 아파트에서 사망하는 것으로 묘사되나, 실제 지그펠드는 로스앤젤레스에서 사망했다는 점은 영화의 각색 부분이다)

 

2. 등장인물 소개 : 영화 속 인물들

 

《위대한 지그펠드》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은 영화의 서사를 이끌어가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 플로렌츠 “플로” 지그펠드 주니어 (Florenz “Flo” Ziegfeld Jr., 1867-1932)
  배우 : 윌리엄 파월(William Powell, 1892-1984)
  20세기 초 브로드웨이를 대표하는 전설적인 쇼 비즈니스 프로듀서이자 임프레사리오. 타고난 쇼맨십과 기발한 아이디어, 그리고 미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심으로 '지그펠드 폴리스'라는 역사적인 쇼를 탄생시킨다. 그는 예술과 상업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며, 비즈니스 감각과 함께 예술가적 열정을 동시에 가진 복합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 안나 헬드 (Anna Held, 1872-1918)
  배우 : 루이제 라이너(Luise Rainer, 1910-2014)
  프랑스 출신의 아름다운 가수이자 배우로, 지그펠드가 발굴하여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스타로 만든 인물이다. 지그펠드의 첫 번째 아내이자 뮤즈로서 그의 초기 성공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영화에서는 그녀의 사랑스럽고 유쾌한 모습과 함께, 남편의 성공에 대한 질투와 이혼의 아픔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 빌리 버크(Billie Burke, 1884-1970)
  배우 : 머나 로이(Myrna Loy, 1905-1993)
  유명한 브로드웨이 배우이자 지그펠드의 두 번째 아내이다. 그녀는 지그펠드의 인생 후반기를 함께하며 그의 가장 힘든 시기를 지켜본다. 침착하고 현실적인 성격으로 지그펠드의 예술가적 기질을 이해하고 존중하며, 그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다.
• 잭 빌링스(Jack Billings)
  배우 : 프랭크 모건(Frank Morgan, 1890-1949)
  지그펠드의 쇼 비즈니스 라이벌이자 오랜 친구. 경쟁 관계에 있지만 서로를 존중하며, 지그펠드의 삶의 중요한 전환점마다 등장하여 그에게 영향을 미친다. 영화의 시작과 끝을 함께하며 지그펠드의 서사에 깊이를 더한다.
• 오이겐 잔도우(Eugen Sandow, 1867-1925)
  배우 : 냇 펜들턴(Nat Pendleton, 1895-1967)
  지그펠드가 초창기 쇼 비즈니스 경력을 시작할 때 발굴한 독일의 유명한 보디빌더이자 근력왕이다. 그와의 계약은 지그펠드의 뛰어난 비즈니스 감각과 홍보 능력을 보여주는 첫 사례가 된다.

 

3. 제작 과정 : 야심찬 스케일과 파란만장한 여정

 

《위대한 지그펠드》의 제작은 그 시작부터 야심찼으며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플로렌츠 지그펠드의 미망인이었던 빌리 버크(Billie Burke, 1884-1970)는 남편의 막대한 빚을 청산하기 위해 1933년 말 유니버설 픽쳐스에 지그펠드 전기 영화의 판권을 판매했다. 이에 따라 영화는 1934년 1월 사전 제작 단계에 돌입했지만, 1935년 2월,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재정 문제로 인해 제작은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당시 이미 제작된 일부 세트와 음악 편곡을 포함한 전체 제작권은 MGM으로 30만 달러에 팔렸다. 이는 당시로서는 상당한 금액이었다 .

 

MGM은 이 작품에 총력을 기울였다. 1935년 하반기, 캘리포니아 컬버시티의 MGM 스튜디오에서 주로 촬영된 이 영화의 예산은 처음에는 150만 달러로 책정되었으나, 1936년 초 제작이 끝날 무렵에는 200만 달러를 넘어섰다. 이는 1925년 작 《벤허: 그리스도의 이야기(Ben-Hur: A Tale of the Christ)》 이후 MGM 역사상 가장 비싼 영화였다. 제작진은 당시 워너 브라더스의 버스비 버클리(Busby Berkeley)와 같은 당대 최고의 뮤지컬 영화 감독들에게서 영감을 받아, 호화롭고 과감한 뮤지컬 시퀀스들을 대거 삽입했다. ‘아름다운 소녀는 멜로디와 같다(A Pretty Girl Is Like a Melody)’ 시퀀스는 역사상 가장 유명한 뮤지컬 장면 중 하나로 손꼽힐 정도이다. 올리버 T. 마쉬(Oliver T. Marsh), 조지 J. 폴시(George J. Folsey), 칼 프로인트(Karl Freund), 레이 준(Ray June), 메리트 B. 거스태드(Merritt B. Gerstad) 등 여러 명의 촬영 감독들이 투입되어 화려한 비주얼을 완성했다. 1000명 이상의 인원이 제작에 참여했으며, 최종적으로 16릴 분량의 필름이 사용되었다는 사실은 이 영화의 거대한 스케일을 짐작게 한다.

 

4. 흥행과 비평 : 시대를 초월한 걸작의 탄생

 

《위대한 지그펠드》는 개봉과 동시에 엄청난 상업적 성공을 거두었다. 당시로서는 전례 없는 제작비가 투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북미에서 308만 9천 달러, 해외에서 158만 4천 달러를 벌어들여 총 467만 3천 달러의 흥행 수익을 기록하며 82만 2천 달러의 수익을 남겼다. 1935-36년 영국 박스오피스에서는 5번째로 가장 인기 있는 영화로 기록되었다. 이는 1930년대 가장 성공적인 영화 중 하나로, MGM의 자부심을 상징하는 작품이 되었다. 당시 뮤지컬 영화 제작의 선두 주자였던 워너 브라더스나 RKO 픽쳐스를 능가하는 성과를 거두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컸다.

 

비평가들 역시 이 영화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LA 카세이 서클 극장(Carthay Circle Theatre)에서 시사회를 가진 후, 이 영화는 “할리우드에서 제작된 가장 위대한 뮤지컬 전기 영화”라는 찬사를 받았으며, 오늘날까지도 뮤지컬 영화 제작의 표준으로 남아있다 . 총 3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은 당시 유성 영화 중 가장 긴 기록이었다. TCM(터너 클래식 무비)은 ‘아름다운 소녀는 멜로디와 같다’ 시퀀스를 “역사상 가장 유명한 뮤지컬 장면” 중 하나로 평가했으며, 토마스 S. 히스칵(Thomas S. Hischak)은 이 영화가 순수한 쇼맨십과 화려함 면에서 좀처럼 따라올 수 없는 수준이라고 극찬했다. 연예 잡지 버라이어티(Variety)는 이 영화를 “뛰어난 작품”이자 “쇼 비즈니스 전통의 상징”으로 꼽으며, 윌리엄 파월의 연기를 높이 평가했다. ‘뉴욕 아메리칸(New York American)’은 이 영화가 “로맨스와 현실, 노래와 춤, 유쾌함과 아름다움, 비애와 과장이 모두 담겨 있다”고 평했다. 이러한 찬사들은 ‘위대한 지그펠드’가 단순한 엔터테인먼트를 넘어 예술적, 산업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 작품이었음을 보여준다.

 

5. 시나리오와 영화의 서사적 특징

 

윌리엄 앤서니 맥과이어(William Anthony McGuire, 1893-1940)가 집필한 시나리오는 당시 ‘지그펠드 폴리스’의 극장 공연에 익숙했던 관객들에게는 ‘참신함’ 그 자체였다. 시나리오는 영화를 위한 각색 과정에서 일부 각색되거나 과장된 부분이 있었지만, 지그펠드의 실제 삶을 상당 부분 정확하게 반영했다. 뉴욕 타임즈의 프랭크 S. 누젠트(Frank S. Nugent)는 이 시나리오에 대해 “윌리엄 앤서니 맥과이어는 지그펠드의 환상적인 개인사를 포함할 뿐만 아니라, 40여 년에 걸쳐 ‘글로리파이어(Glorifier)’의 후원 아래 펼쳐진 폴리스, 미드나잇 프로릭(Midnight Frolic) 등 그의 극장 사업의 발전 과정을 포괄적으로 담아내려 시도했으며, 이는 전반적으로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한 “남자(지그펠드)와 그의 창조물(폴리스)의 두 전기(biography)는 당연히 불가분의 관계에 있으며, 둘 다 엄청난 디테일과 상황 (실제와 상상)으로 전해졌지만, 3시간 분량의 영화 서사조차도 단편적이며 일부에서는 혼란스러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영화는 지그펠드의 개인적인 삶의 역사를 따라가면서 그가 어떻게 다양한 인물들과 교류하고, 혁신적인 쇼를 구상하며, 때로는 실패하고 좌절하면서도 결국 위대한 쇼맨으로 성장해 나가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지그펠드 폴리스’라는 극중극(play-within-a-play) 형식의 쇼 시퀀스들은 영화의 하이라이트를 이룬다. 이 시퀀스들은 단순히 시각적인 즐거움을 넘어, 지그펠드의 예술적 비전과 그가 추구했던 아름다움의 본질을 시각적으로 구현해낸다.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서사적으로 짜임새 있는 구성과 매력적인 인물들의 관계가 영화에 대한 몰입도를 높이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6. 《위대한 지그펠드》가 남긴 유산

 

《위대한 지그펠드》는 1936년 개봉 이후 단순한 흥행 성공작을 넘어 할리우드 영화사에 길이 남을 중요한 유산을 남겼다.

 

• 첫째, 이 영화는 전기 영화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실제 인물의 삶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영화적 재미와 스펙터클을 놓치지 않으며, 주인공의 내면과 외면을 동시에 탐구하는 방식을 선보였다. 이로 인해 《위대한 지그펠드》는 이후 제작될 수많은 쇼 비즈니스 전기 영화와 뮤지컬 영화에 영감을 주었다. 
• 둘째, 당시 기술적으로도 선구적인 시도를 보여주었다. 방대한 세트, 정교한 안무, 그리고 다양한 촬영 기법의 활용은 할리우드 스튜디오 시스템의 기술력과 장인 정신을 과시하는 계기가 되었다. MGM은 이 영화를 통해 자신들의 제작 역량을 전 세계에 입증했다. 
• 셋째, 이 영화는 1930년대 대공황 시기, 대중에게 꿈과 환상을 제공하는 문화적 역할을 수행했다. 지그펠드 폴리스의 화려함은 현실의 어려움을 잠시 잊게 만드는 마법 같은 힘을 지녔고, 이는 영화 속 쇼의 목적과도 일맥상통한다. 궁극적으로 ‘위대한 지그펠드’는 뮤지컬 영화가 단순히 노래와 춤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깊이 있는 서사와 감동을 전달할 수 있는 예술 장르임을 증명한 작품이다. 오늘날에도 이 영화는 고전 할리우드 뮤지컬의 황금기를 대표하는 명작으로 기억되며, 영화 예술의 한 시대를 풍미했던 ‘위대한 쇼맨’의 발자취를 되새기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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