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2월 21일 토요일

[범용기 제1권] (74) 평양 3년 - 『숭상』 퇴진

『숭상』 퇴진

한경직도 가고 송창근도 가고 나 혼자가 남았다.

『숭상』 김항복 교장은 하루 나더러 교장실에서 조용히 이야기하자고 했다. 나는 벌써 눈치 채고 있었다.

이야기 내용은 뻔한 것이었다. 학생들에게 민족의식을 불어넣지 말아달라는 것, 신사참배 때 행동을 같이 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변명을 덧붙였다.

『난들 좋아서 이렇겠소? 학교를 해가려니 그러는 게 아니겠소? 싫으나 즐거우나 교직원이 행동을 같이 하잖고서 학교를 어떻게 해나갈 수 있겠소?』 하는 것이었다.

나는 잘 알았소이다. 하고 나와서 곧 사표를 제출했다.

그것이 사월 초 입학시험이 바로 끝난 때였다.

나는 새 학년이 시작하기 전에 물러났다. 믿음으로 모험한 것 이외에 다른 아무 것도 아니었다. 당장 그날부터 아이들 죽거리도 없다.

숭인상업학교 교유를 이임하며
숭인상업학교 교유를 이임하며


[범용기 제1권] (77) 간도 3년 - 간도로

간도로 그때 아내는 만삭이었다. 하기 휴가도 끝날 무렵 하루는 숭전 교장으로 혼자 남아 있는 『마우리』 [1] 선교사가 몸소 내 집에 찾아왔다. 『마우리』 박사는 한국 선교사 중에서 단 한 사람 웨스턴 출신 내 동창이었다. 그래서 좀 다른 데가 있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