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성경을 읽다 보면 아담의 세 번째 아들 '셋(Seth)'과 이집트의 신 '세트(Seth)'의 스펠링이 같은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에서 오랜 노예 생활을 했기 때문에 이집트 문화의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닐까 하는 합리적인 의문이 든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두 이름은 언어의 뿌리와 의미가 완전히 다른 '우연의 일치'다.
1. 어원과 본래 발음의 차이
성경의 '셋'은 원래 히브리어로 '셰트(Sheth)'다. 이는 '놓다', '지정하다'라는 뜻의 동사에서 파생되었으며, 가인에게 아벨을 잃은 하와에게 하나님이 "대신 지정해주신 씨"라는 구속사적인 긍정적 의미를 지닌다.
반면, 이집트의 신은 고대 이집트어로 '세트(Set)' 또는 '수테크(Sutekh)'로 발음되었다. 사막, 폭풍, 혼돈, 파괴를 상징하는 악신이다.
이 두 이름이 같아진 이유는 번역 과정에 있다. 히브리어 '셰트'가 헬라어 성경을 거쳐 영어로 번역되고, 서구 학자들이 이집트 신을 영어로 표기할 때 끝에 'h'를 붙여 'Seth'로 적으면서 스펠링이 겹치게 된 것이다.
2. 정반대의 캐릭터 특성
만약 이스라엘이 이집트 신화의 영향을 받았다면 캐릭터의 성격도 비슷해야 하지만, 둘은 완전히 정반대다.
성경의 셋은 타락한 가인의 족보를 벗어나 노아와 아브라함으로 이어지는 '의로운 믿음의 족보'를 시작하는 경건한 인물이다.
반면 이집트의 세트는 형인 오시리스를 질투해 죽이고 시신을 훼손한 악과 혼돈의 신이다. 오히려 성경 속 인물과 비교하자면 셋보다는 동생을 시기해 죽인 '가인(Cain)'과 그 성격이 일치한다.
3. 성경 속에 남은 실제 이집트의 흔적들
그렇다고 이스라엘이 이집트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은 것은 아니다. 성경 곳곳에는 이집트 문화의 흔적이 짙게 남아있다.
대표적으로 '모세(Moses)'나 제사장 '비느하스(Phinehas)' 같은 이름은 전형적인 이집트식 이름이다. 또한, 출애굽 직후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에서 '황금 송아지'를 만들어 숭배한 사건은 이집트의 황소 신(아피스) 숭배 문화에서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역사적 결과물이다.
결론
이스라엘이 이집트 문화의 영향을 받은 것은 분명한 역사적 사실이지만, 창세기에 등장하는 아담의 아들 '셋'의 이름만큼은 이집트 신화와 무관한 고유의 히브리식 이름이다. 두 이름의 유사성은 서로 다른 두 언어가 영어로 번역되면서 만들어낸 흥미로운 해프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