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마가복음 15장 33-41절 / 노수석 군 장례예배 / 연세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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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 전문]
지금은 공교롭게도 예수의 수난과 죽음을 기억하고 기념하는 기독교의 고난주간이다. 이 고난주간에, 우리는 우리 시대의 의로운 젊은이, 깨끗한 젊은이의 수난과 죽음을 위하여 여기에 섰다.
예수께서 타살되시던 그 시간은 대낮 12시였다. 그러나 어둠이 온 땅을 덮었다. 실제 그렇기도 했겠지만, 예수가 타살되는 바로 그 시간을, 그 시대를, 성서는 암흑의 시대라 기록한 것이다. 의인을 살해하는 시대는, 그것이 비록 대낮 12시라 할지라도 암흑의 시대다.
죽임을 당해서는 안 될 우리의 아들의 타살된 주검이 여기 있다. 우리의 친구의 타살된 주검이 여기 있다. 이 민족의 꿈이요 희망이 타살당한 주검으로 여기 있다. 이 시대는, 그것을 문민 시대라 하거나, 국민소득 1만 불 시대라 하거나, 어둠이 온 땅을 덮고 있는 암흑의 시간, 암흑의 시대다.
생때같은 시대의 아들, 그 가슴에 열정과 정의를 안은 시대의 아들을 타살하고도 누구 하나 책임지는 것은 고사하고 사과 한 마디 없는 시대는 분명히 암흑의 시대다. 입이 없는 대통령, 국민을 사랑하는 가슴을 지니지 못한 대통령, 정직함이 없는 대통령, 그의 시대는 암흑의 시간이다. 우리는 암흑의 시간에 살고 있다.
예수께서 숨을 거두시면서 큰 소리로 부르짖으신다.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습니까?”
예수의 투쟁은 참으로 외로운 투쟁이다. 누구의 도움도 얻을 수 없는 죽음의 자리다. 심지어 그가 그렇게 철석처럼 믿었던 하나님도 그를 버렸다는 처절함이 여기 있다. 혼자 그 모든 고통을 감당해야 했다.
우리의 사랑하는 수석이도 그랬을 것이다. 쫓기고 몰린다. 사정없이 몰아대는 몰이꾼들의 작대기에 등을 맞고 다리를 맞으며 죽을 힘으로 도망가는 토끼처럼 몰린다. 심장이 사정없이 뛴다. 말이 나오지도 않는다. 숨이 넘어갈 것만 같다. 심장은 금방 터져 버릴 것 같다. 결국 수석이는 쓰러진다. 경련이 인다. 동료들이 그를 도우려 한다. 그러나 몰이꾼들은 기어코 거기 인쇄소 안까지 쫓아 들어온다. 도우려던 학우들을 낚아채 간다. 사람이 죽어간다고 호소해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수석이는, 홀로, 죽음의 자리에 내팽개침을 당한 것이다.
아니, 하나님은 무얼 하고 계신 것인가! 하나님, 하나님, 당신도 나를 도울 수 없습니까? 지금 내 심장이 터지려 하지 않습니까? 지금 내 숨이 턱을 넘어 멈추려 하지 않습니까? 이렇게 나를 버려두십니까? 수석이는 다급하여 이렇게 외친다. 그러다가 그는 숨지고 만다. 아무의 도움도 받을 수가 없었다. 예수께서 그랬듯이 수석이도 혼자, 홀로 그 모든 고통을 감당했다.
그렇게 처절하게, 외롭게, 슬프게 죽임을 당한 예수를 직시하던 한 사람 관원이 있었다. 그는 그가 그렇게 숨을 거두시는 것을 보고서 “참으로 이분은 하나님의 아들이셨다.”라고 했다. 외롭게 죽임을 당했지만, 슬프게 죽임을 당했지만, 너무나 불쌍하게 죽임을 당했지만, 바로 그렇게 죽임을 당하신 것 때문에, 하나님의 아들이셨다. 오고 오는 모든 사람들에게 그는 영원한 희망이 되셨다. 정의의 힘이 되셨다. 평화가 되셨다. 이것이 예수의 부활이다.
그렇다. 한열이가 그렇게 죽임을 당하였다. 그러나 그의 죽음은 결코 쓸쓸한 죽음으로 끝나지 않았다. 저 위대한 ‘6월 항쟁’을 불러일으켰다. 그것이 한열이의 부활이다. 한열이는 민주주의로 부활했던 것이다.
그렇다. 경대도 그렇게 죽임을 당했다. 그러나 그의 죽음은 결코 슬픈 죽음으로 끝나지 않았다. 여소야대 국회를 만들었다. 초유의 국회 청문회를 가져왔다. 이것이 경대의 부활이다. 경대는 민족 정기로 부활했던 것이다.
그렇다. 수석이는 그렇게 죽임을 당했다. 가엾고 쓸쓸하다. 아픈 마음을 달랠 수가 없다. 숨을 거둘 때 그가 어떠했을까 하는 것을 생각하면 복받치는 슬픔을 가눌 수가 없다. 그러나 그의 죽음은 결코 가엾은 죽음, 외로운 죽음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한열이의 죽음이 민주주의로 부활했듯이, 경대의 죽음이 민족 정기로 부활했듯이, 수석이의 죽음도 의의 부활을 할 것이다.
예수의 죽음을 지켜보고 있던 목격자들이 있었다. 그들이 예수의 증인들이다. 역사를 바꾸어 가는 사람들이 되었다.
우리는 수석이의 죽음의 목격자들이다. 청년, 학생, 애국 시민 여러분, 수석이의 죽음을 억울하다 하지 말라. 불쌍하다 하지 말라. 그가 죽었다 하지 말라. 그의 증인이 되라. 그가 남긴 삶을 살라. 그럴 때 그의 부활은 여러분의 가슴에서 터져 나올 것이다. 그의 죽음은 이 나라, 이 민족에게 영원한 빛을 줄 것이다. 오고 오는 우리의 후배들에게, 후손들에게 영원한 빛으로 살아갈 것이다.
오늘의 그의 죽음은 기어코 정의로, 평화로, 자주로, 민주로 이 나라를 바꿀 것이다. 수석이는 참으로 하나님의 아들이다.










